2018.05.21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딸랑딸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짝발에 딸각딸각
신겨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
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
곱게 빗겨 줬으면
낮에 나온 하얀 반달 하나가 쪽박으로 신짝으로 면빗으로 변해갑니다. 보일듯 말듯한 하얀 반달 하나를 보고는 저렇듯 여러가지 생각을 해낸 윤석중 선생은 정말 천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