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 년 만에 스위스를 다시 찾았습니다. 내게는 스위스 하면 산과 호수 그리고 기차가 떠오릅니다. 이번 여행 중에는 쮜리히에 머물며 기차로 몇군데를 돌아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스위스의 물가가 꽤나 비싸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하루밤 자고 나니 26일입니다. 리기산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루체른까지 기차로 가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넌 다음 산악열차를 갈아 탔습니다. 리기산 정상이 가까와 오자 눈발이 점점 거세집니다. 기차에서 내리고 나니 이곳은 완전히 겨울 설국입니다. 결국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재미를 포기하고 점심만 먹고 루체른으로 돌아 와야 했습니다.
27일에는 몽뜨레이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로 갈아 타고 시옹 성을 보러 갔습니다. 레만 호숫가 바위 위에 세워진 이 성은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쮜리히의 표지판들은 독일어로 되어 있는데 몽뜨레이가 가까와 오니 프랑스어로 바뀝니다. 지도를 보니 몽뜨레이 앞에 있는 레만 호수의 이켠은 스위스 저켠은 프랑스입니다.
28일 하루는 쿠어(Chur) 와 아로사(Arosa)를 다녀 왔습니다. 쿠어의 안내소에서 근처에 가볼만한 곳을 물으니 아로사를 추천해줍니다. 아로사는 스키리조트인 모양인데, 일요일인데다가 철이 지나서인지 상점들이 대부분 닫혀 있었습니다. 문이 열린 카페에 들어가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곤 무얼 원하냐고 묻습니다. 맥주나 한잔 하려고 들렸다 하니 하이네켄 맥주병을 따서 내어 줍니다. 다 마시고 계산하려는데 그냥 가라고 합니다.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대접한 것이랍니다. 바가지 쓰기 일쑤인 관광지에서 인심이 좋은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쿠어에서 아로사까지 가는 기차길은 산속을 지나는데 그야말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갑니다. 기차의 창 밖에 보이는 눈 덮힌 산과 호수가 참 아름답습니다.
29일에는 인터라켄까지 골든 패스 라인 기차를 타고 가서 점심을 먹고는 체르마트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지난 번 여행 때 마테호른을 보러 체르마트에 갔다가 구름이 너무 많이 낀 흐린 날씨 때문에 보지 못하고 그냥 떠날 수 밖에 없어 매우 아쉬워 했었습니다. 이번엔 큰 기대없이 다시 그곳엘 갔는데 다행히 날씨가 괜찮아 드디어 뾰족한 그 바위를 볼 수 있었습니다.




